왜소한 체격이 오면 일단 무섭다. 차라리 약간 비만이면 더 낫다.
slender한 체격은 체내 지방이 적어 자궁내막이 얇은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면 임신이 잘 되지 않는다.
시작점은 난소 반응은 좋아서 그리 많은 주사제를 쓰지 않아도 되고,
난자 채취하는데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아 손쉽게 여러개의 난자가 채취된다.
심지어 남편도 건강하기 때문에 배아도 좋다.
적정한 좋은 배아수를 가지고 있어 특별히 임신이 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그래서 내원하는 난임 여성도 금방 끝날거라 생각하는,
심지어 나도 '금방 끝나겠지'하면서
평범하게 시험관 시술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임신이 잘 안되었다.
그럭도 4번의 이식에도 임신 수치가 한번 반짝 보이고 이내 사라져 버렸던 분이 졸업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임신의 60%는 배아, 40%는 자궁내막이 차지한다고 생각하는데
자궁내막이 좋지 않아도 배아가 좋으면 임신이 곧잘 된다.
그런데
배아도 좋고 내막도 좋은데
왜 임신이 되지 않을까...
인위적인 시술이라면 배아 이식인데..
만약 내막 수치도 좋고 호르몬 수치도 안정적으로 보인다면
혹시 내 배아이식 테크닉의 문제가 아닐까..
고민을 해보고
시술 당일 image training도 해보고
어떻게 이식을 해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고 배아이식실에 들어간게
화학적 임신을 경험한 3번째 이식부터서였다.
자궁이 후굴되어 있고
배아 카테터가 약간 딱딱하고
가장 최적의 내막 위치에 도달하려면
배아를 밀어낼 주사기 압력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하며
초음파 각도는 어떻게 해야겠다라고...
시도한 3번째 배아 이식도 잘 안되었다.
이젠 남아 있는 배아는 단 1개
5일 배아!
최상급!
생리나왔다고 내원한 그 분에겐
프로페셔널처럼 '이번엔 잘 될거에요. 우리에게 이런 경험이 많아요'라고 했지만
경험이 많다고 그 분이 꼭 임신이 되는 것은 아니기에,,
솔직히 단 1개의 배아를 가지고 시작하는 해동주기가 두려웠다.
이번엔 정말 임신이 되어야 한다.
임신이 되어 분만까지 가고,
그분의 인생에 난자 채취는 안하거나 option이 되는 상황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뭔가 잘되어 임신되고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속마음이 더 컸다.
그래도
나에게 주어진 부담감이라면 담담히 짊어지고 가는게
의사이고, 또한 전문가로 대접받는 이유이기에
담담히 이식 당일 배아를 이식했다.
3번째보다는 좀 더 nice했다.
3번째보다는 좀 더 이론적으로 적당했다.
3번째보나는 좀 더 개운한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1개 남은 배아이기에, 그런 느낌을 그 분에게 알려주지는 못했다.
괜한 설레발에
꼬꾸라진 임신수치를 보이면 무슨 낭패일까 싶어서...
그런데
임신 수치 확인 당일날
안정적인 임신수치를 보였다.
임신 검사를 하고 오지 않았다던 그분에게
전화로 알려주면서
난 '고맙다'고 했다.
날 믿어주어서...
고마워요.
그래도 다음에 우리 만나지 마요.
건강하게 오래동안 행복하게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