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지쳐서 오셨던 분으로 기억이 나요.
화도 나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면 어안이 벙벙해 오셨지요.
저한테 처음 오신날은 다른 병원에서 해동 배아 이식을 하고 임신이 되었지만,
모두 계류 유산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셨어요.
저희 의원이 3번째 방문이셨어요.
인천분들은 보통 그렇게 오세요.
아름 아름으로 가장 큰병원 가셨다가, 다른 병원 가셨다가, 그래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저희 의원에 오시지요.
물론 저희 의원에서 잘 안되면 다른 의원에 가시기도 하구요.
이분은 첫번째 케이스였어요.
다른 병원에서 잘 안되서 저희 의원으로 오신 분이시지요.
큰병원에서 6차례의 시험관 시술을 하셨어요.
2017년부터 시험관을 하셨는데, 난자는 20개 이상 나왔고 난자 성숙도는 모두 50% 이상이셨어요.
복수가 차는 과배란 증상 가능성이 높아 "모든 배아 냉동법"을 시행한적이 많으셨지만,
그렇다고 좋은 배아가 많아서 해동 배아 이식을 여러번 하실 수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렇게 해동 배아 이식을 여러번 실패하고 난 후 중간에 간수치가 약간 높아 6개월 정도 쉬셨다고 하셨지요.
임신이 되지 않아 다른 병원으로 옮기셨고 거기서도 2차례 해동 배아 이식을 시도했으나,
계류 유산을 2번 경험하시고 바로 저희 의원에 오셨지요.
심장 소리를 듣기로 한 날, 계류 유산 판정을 받자 말자 저희 의원으로 오셨던 기억이 납니다.
BMI가 나쁘지 않으나 AMH 수치가 높은 다낭성 소견을 보이는 것 말고는 특이 소견이 없었습니다.
기억이 남는 것은 차트를 복사해 오셨는데 저에게 여기에다 스캔해두고 모두 폐기해달라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병원 가지 않고 여기서 마무리하겠다는 뜻인 듯 싶었어요.
일단 계류 유산 판정을 받으면 2개월 정도 쉬고 시험관을 시도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관련한 논문이 이스라엘에서 나왔지요.
시험관 시술로 계류 유산을 판정받았을 때 언제 시험관 시술을 시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문이었어요.
임신 수치가 완전히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몸만들기 프로그램을 추천했습니다.
살짝 혈압도 있고 당신이 아이를 낳겠다는 의지도 강해서 바로 수긍하고 살짝 운동을 시작하기 시작했어요.
우울감이 있어 보였고 처음 본 저를 믿지 못해 보였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의 해결책이 몸만들기 말고는 없었기에
동의하고 몸무게 조절에 시작했습니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점점 얼굴에 웃음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외래에서 상담을 시작했는데,
자신은 시험관 시술을 시작하면서
(자신이 시험관 시술을 시작한 이유를 정확히 알지도 못하셨어요. 의료진이 시험관 하자고 하니깐, 시험관을 시작했다고)
한번도 자연 임신 시도를 해본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차트를 보니 다낭성 말고 특별한 이상 소견은 보이지 않아서,
그럼 우리 부부관계 날짜를 잡아봐요.
"몸만들기 하면서 조금씩 정상으로 돌려보고 천천히 단계를 올려봐요"했고
다낭성 관련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혈압 조절, 운동, 몸만들기를 시작했지요.
잘 자라는 난포, 부부관계 날짜 1회, 임신 성공, 산과 병원 전원되었습니다.
저희 의원에서 시험관도 해동배아 이식도 하지 않고
그냥 날짜만 받고 임신되셔서 가시면서, 자주 오시겠다고 하셨어요.
잘 가요. 그리고 고마워요. 저를 믿어줘서...
제발 내과에 자주 다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