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에서 난임 환자를 보다 보면,
"올해 임신해야 해요"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삶을 계획대로 딱딱 살아가시는 분들이지요.
올해 뭘하고 내년엔 뭘하고... 더 나아가
이번달에 뭘하고 다음달엔 뭘하고... 이렇게 계획을 짜고 진짜 그대로 하시는 분들이에요.
이분이 그런 분이었습니다.
외래 들어오시면서 "올해 애를 낳아야 해요"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시험관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남편은 지방 근무로 주말 부부였고 배테기 검사에 양성 소견을 1년동안 확인했으며, 타병원에서 정액검사와 나팔관 조영술을 하셨고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외래 보는 당일 다음 프랜을 잡는 편인데, 나이도 그리 많지 않느 30대 초반이었고 약간 살이 있다는 것말고는 큰 문제가 없어 보여 인공수정을 먼저 권했습니다.
당일 시행한 AMH 검사 결과가 약간 다낭성 소견이 있어 배란 문제만 풀리면 큰 문제가 없으리가 생각했습니다.
인공수정 당일 정액 수치도 좋았고 난포 크기가 괜찮았음에도 임신 반응 검사는 음성... (실제 인공수정 임신율이 그리 좋지 않아,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하는 마음이 인공수정을 할때마다 있습니다.)
그렇게 인공수정 실패와 휴지기를 걸치면서
한해가 거의 지나버렸어요... ㅠㅠ
그래도 바로 시험관 단기 자극에 들어갔습니다. 단기임에도 난소 나이가 약간 좋아서
난자 성숙 주사를 맞는 날 혈중 에스트로겐 수치가 5000을 넘었습니다. 그래도 실제 채취되는 난자수는 10개를 살짝 넘었고 성숙난자도 그리 많지 않아 살짝 과반수를 넘겼습니다.
그래도 젊은 나이에 시험관을 시작해서 인지 배아 발달율은 좋아 5일 배아까지 배양 성공 (!)
다만 혈중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아 모든 배아 냉동법으로 전환했습니다.
이후 해동 배아 이식을 시행하여 임신에 성공했습니다.
살짝 살이 있어 복부 초음파 가이드하에 배아 이식을 할 때
카테터 팁이 잘 보이지 않았고 방광도 꽉 차지 않아 정확한 배아 이식점에 두었는지 확신에 차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 나아가 이식된 배아가 둘로 나뉘어지는 현상 (split phenomenon)이 일어나
임신에 성공할지 마음을 졸였는데
2개다 잘 착상에 성공했습니다. 축하해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저를 끝까지 믿어줘서...
그리고 믿음에 보답을 한 것 같아 저도 살짝 뿌듯합니다.